<p></p><br /><br />[앵커]<br> 아기를 낳고도,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은 여성들이 종종 찾았던 곳이 베이비박스죠.<br> <br>그런데 출생 미신고 전수조사가 시작되면서 불안해하는 전화가 베이비박스에 걸려오고 있습니다.<br> <br> 우리 사회에 '또 하나'의 고민이 생긴 겁니다.<br> <br>전민영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.<br><br>[기자]<br>언덕에 있는 계단을 오르면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는 베이비박스가 나옵니다. <br> <br>최근 베이비박스에는 불안해하는 아기 엄마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는데요. <br> <br>무슨 일인지 현장에서 알아보겠습니다.<br> <br>일주일 전, 태어난 지 사흘 만에 베이비박스에 온 남자 아기. <br> <br>[현장음] <br>"또 눌러주세요! 여기 잘생긴 얼굴 있네~" <br> <br>3개월 넘게 입양 기다리는 아기, 시설로 보내질 아기, 모두 5명의 아이가 보육사와 자원봉사자의 돌봄을 받고 있습니다. <br> <br>한 달 평균 열 명 정도의 신생아들이 이곳에 옵니다. <br> <br>[조애영 / 베이비박스 보육사] <br>"엄마가 아기를 안고 자기가 살고 있는 원룸을 간 거예요, 병원에서 퇴원해서. (그런데) 아기가 있는 걸 보고 집주인이 '계약 위반이다, 나가라'. 그 다음 날 아침에 해가 뜨자마자 저희한테 왔죠." <br><br>그런데 최근, 베이비박스에 상담 전화가 빗발치고 있습니다. <br> <br>정부가 출생신고가 안 된 아기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자, 불안해진 부모들이 전화를 걸어오는 겁니다. <br> <br>베이비박스에 아이 보내는 것도 현행법상 명백한아동 유기이다 보니, 경찰 조사를 받거나 처벌을 받을지 두려운 겁니다. <br> <br>[황민숙 / 베이비박스 센터장] <br>"(당신이) 출산 후에 많은 고민과 갈등을 하면서 베이비박스에 안전하게 아이를 보호 조치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, 어머니." <br> <br>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겼고 신상에 문제가 없다면 유기가 아닌 보호의뢰로 본다는 판례가 있습니다. <br> <br>지난 2015년 이후 베이비박스에는 1400명이 넘는 아기들이 맡겨졌습니다. <br> <br>대부분 절박한 상황에 놓인 미혼모들입니다. <br> <br>[20대 미혼모 A씨] <br>"베이비박스 모를 때는 정말 너무 막연해서 얘를 어떻게 해야 하나, 솔직히 그냥 극단적으로 같이 죽어야 되나 이런 생각도 많이 했었어요." <br><br>혼자 끙끙 않다 병원조차 못 가고 집에서 낳아 맡기는 경우도 많습니다. <br> <br>[20대 미혼모 B씨] <br>"남자친구는 아기를 지우는 걸 원했고 저희 부모님은 두 분 다 아프시고 아이 낳을 때까지 아무한테도 말을 못했어요. 병원에 가면 알게 될까 봐…" <br> <br>지난 21일 수원 냉장고 영아 유기 사건 이후 전국이 발칵 뒤집혔지만 정작 베이비박스에는 7명의 아이가 새로 들어왔습니다. <br> <br>그만큼 말 못할 사정의 부모들이 많은 겁니다. <br><br>전문가들은 병원이 신생아 출생 정보를 지자체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면, 출산기록을 꺼리는 미혼모들이 병원 밖에서 출산하며 더 위험한 음지로 숨어들까 우려합니다.<br> <br>[이종락 / 베이비박스 운영자] <br>"미혼모들 무시당하고 차별당하는 거 그대로 있고, 이 법만 만들어버리면 병원에 가겠어요, 안 가겠어요? 안 가죠. 아이들의 무덤을 만드는 거예요. (베이비박스에) 더 많이 들어오죠." <br><br>베이비박스 측은 부모를 설득하며 육아 비용 지원을 약속하면, 30% 정도는 아이를 되찾아 간다고 말합니다. <br> <br>아이는 버려지고 부모는 범죄자 되는 걸 막는 더 촘촘한 사회 안전망이필요해 보입니다. <br> <br>현장카메라 전민영입니다. <br><br>PD : 윤순용 장동하 <br>AD : 석동은 <br>작가 : 전다정<br /><br /><br />전민영 기자 pencake@ichannela.com
